물관리 일원화 정책 성과 살펴보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물관리 여건이 열악한 나라로 분류된다. 좁은 국토 면적에 산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물 사용량이 많고 정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처마다 관리가 분산돼 정책에 혼선을 빚는 등 효율적인 물관리가 어려웠다. 1991년 낙동강 수질 사고 이후 20여 년간 물관리 이원화 원칙을 고수했다. 큰 하천과 댐 등 전체적인 수량 관리는 국토교통부,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담당해 물관리를 나눠서 시행했다. 이 밖에 발전용 댐 등 발전용수는 산업통상자원부, 농어촌 저수지 등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작은 하천은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처별로 물관리 방법에 대한 목표가 다르고 예산이 중복 투자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물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문재인정부의 핵심 공약이던 물관리 일원화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이 공포됐으며 1년 동안 하위 법령 제정 작업을 거쳐 올해 6월 법체계가 완성됐다. 물관리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국토부와 환경부로 나눠 시행되던 물관리를 환경부 중심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여러 부처에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물관리의 기본 이념과 원칙 등을 규정했다. 공공성, 지속가능성, 안전성, 형평성, 효율성, 민주성, 책임성 등 핵심 가치와 목표 등은 2020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시 검토해 반영될 예정이다.
국가물관리위 출범으로 효율적 관리와 대응
환경부가 꼽은 물관리 일원화의 주요 성과는 ▲통합 물관리 체계 기반 마련 ▲물 안전 확보를 위한 신속 대응체계 구축 ▲깨끗한 먹는 물 공급 ▲새로운 물 가치 창출이다. 큰 틀에서는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관리의 기본 원칙이 정립된 것이 성과로 꼽힌다. 수질 관리를 위한 수계관리위원회와 수량 관리를 위한 하천위원회가 분리 운영됐기 때문에 유역 내 상·하류의 지역 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고 갈등도 장기화됐다. 수량 관리와 수질 관리 체계가 통합되고 수량, 수질과 수생태를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책임감 있게 물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수질-수량의 정보 체계가 공유되면 환경용수 활용 기반이 마련돼 하천을 종합적·입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수질·수량과 수생태계 등 지역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협치가 가능하다. 특히 취수원 이전 문제의 경우 수질 개선, 재원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유역관리기구에서 일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
컨트롤 타워인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으로 효율적인 관리와 대응도 가능하게 됐다. 부처 간 물관리 업무의 유기적인 추진을 위해 신설된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지역 간 물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공급 중심의 기존 물관리 방식이 수요와 공급이 조화로운 통합 물관리로 바뀌었다. 댐 정책은 건설에서 관리로 전환했다. 2018년 12월에는 국가 물 수요 관리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물 수요 관리도 강화했다.
물 안전 확보를 위한 신속 대응체계도 구축했다. 수량·수질 정보의 통합 및 관련 수자원 시설 간의 연계를 확립했다. 사고 발생과 수질 악화 시 댐 방류량 증가를 통한 대응에 나섰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이다. 오염원 관리 선진화를 위해 올해 3월 폐수 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해 폐수의 수계 유입을 차단하는 폐수 무방류 시범사업을 대구와 구미에서 착수했으며 2월부터는 미량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왜관 수질안전측정센터를 가동했다. 센터에선 동위원소 분석을 활용한 환경 감식기법을 도입해 오염원을 추적하고 있다. 산업단지에서 다량 배출되는 난분해성 유기물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폐수배출시설 등에 적용되는 유기물질 관리지표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에서 총유기탄소량(TOC)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수돗물 신뢰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수자원공사 수질안전센터를 2018년 426개에서 올해 450개, 내년 500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환경청과 홍수통제소, 과학원, 수자원공사 수질안전센터 및 현장사무소 85개소, 환경공단 등 협력체계를 구축해 수돗물 문제에 즉각 대처토록 했다.
댐 건설 없이 연간 12.2억 톤 물 확보 기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로운 물 가치도 창출되고 있다. 친환경 물순환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국가 스마트도시 시범사업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구상과 종합계획을 2018년 7월과 12월 완료하고 현재 한국형 물특화 도시로 조성 중이다. 대전, 광주, 울산, 김해, 안동 등은 도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순환 도시 사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기존 수질·수량 등 분야별 물관리 계획을 재편해 내년에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향후 추진 과제로는 통합물관리 체계 정착이 우선 꼽힌다. 또 세계적인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유망 물산업의 핵심기술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확보할 예정이다. 수직(광역-지방), 수평(161개 지자체)으로 분절된 상수도를 유역별로 통합 관리해 물공급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예산을 절감하는 한편 지역 간 수도 요금 격차도 해소한다.
물관리 혁신을 통해 향후 30년간 총 12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추가적인 댐 건설 없이도 연간 약 12억 2000만 톤의 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박유리 기자